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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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combe, Jonathan, Scientific American, 2016 조너선 밸컴 저자(글), 양병찬 번역, 에이도스, 2017 |
한동안은 수영에 미친 수친자 였다가, 지금은 다이빙에 미친 수친자로 지내고 있다. 다이빙(스쿠버, 테크니컬, 프리)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만들어준 책 중 하나가 바로 조너선 밸컴 작가의 '물고기는 알고 있다'What a fish knows 이 책이다.
수영장과 같이 특정 활동(수영, 다이빙 등)을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간이 아닌, 바다에 나가서 다이빙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수면 아래 존재하는 생명들을 마주하게 된다. 거기에 더해, 더 크고 많은 다양한 생명들을 보고자 멀리까지 여행하는 다이버들은 관찰 대상인 물고기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많은 관심이 존재하지만, 그완 다르게 일반적으로 '물고기'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의 수준은 처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고기에 대해 당연하듯 이야기하는 '상식'이 실제론 상당히 빈약한 수준에 그쳐있고, 그나마 그 내용들도 편견으로 가득하거나 사실과 다르다.
저자는 이 책을 단순히 '물고기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모음'으로 만들지 않았다. 모든 주제마다 과학적 연구와 실험 근거 논문을 제시하며, 놀라운 생명체인 '물고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시적이고 단순하고, 사고 체계가 없으며, 인간의 식량 또는 관광 수단으로만 인식되어 온 '물고기'가 우리 인간 만큼이나 복잡, 다양한 모습을 띄며, 자아가 있고, 사회 생활까지 하는 동등한 하나의 생명임을 보여준다.
누군가의 삶을 따라가는 기록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고나면 그 사람을 아무 관계없는 타인으로 보기 어렵듯, 책을 읽다 보면 다양한 물고기들을 조용히 옆에서 따라다니며 저자의 코멘터리와 함께 그들의 사생활을 관찰하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다음번 바다에서 새로운 물고기를 마주치게 되면, 저 물고기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무슨 일을 하던 중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바다라는 공간에서 여행하다 반가운 누군가를 만난듯한 느낌이 든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분명 저들만의 삶이 있고, 나는 잠시 지나가는 여행객으로 그들의 공간에 들어와서 짧지만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여행은 같은 듯 다른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와 비슷한 또는 아주 다른 사람이 존재함을 알아가는 과정이라 본다. 그리고 그런 비슷함이 '선'이 아니고, 다름이 '악'이 아니며 그저 그렇게 존재할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와 '우리'밖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 각각의 고유한 삶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편향, 고정관념, 기억 등에 근거한 너무나 개인적인 선악이나 옳고그름의 가치평가의 대상이 아님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어느 누구나 나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마땅한 또 하나의 주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설명해주는 물고기들의 사생활을 하나씩 들여다 보면, 그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또 하나의 주체가 된다. 그리고 다음 여행에서 만날 새로운 누군가를 더 기대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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