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Sanity Check은 내가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내 생각과 상태를 기록했던 짧은 메모들이다.
![]() |
죄와 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민음사 |
201X. 12. 02
세상의 사람들을 범인과 평범한 사람들의 이분법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라스콜리니코프와 나는 별 다를바 없다. 내가 그토록 분노했던 사람과 나를 나눴던 업무 지식기반 이분법적 사고와 일반인과 초인을 나누는 그의 사고와 큰 차이가 없지않나.
살인을 저지른 후,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이 초인이 아님에 스스로를 증오하고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다.
나도 내가 무엇 하나 특출난 것 없는 미미한 개인이라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타인에 대한 끝없는 분노와 적개심에 휩싸여서 내 스스로를 방안에 몰아넣는 상황을 계속 연출해왔다. 내가 이런 상황을 반복하는 것은, 사실은 내가 비난하는 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고 탓하면서 나의 마음속 불안과 공포를 외면하려고 발악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람이 세상과 연결되는 것, 어떤 이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건강한 유대와 겸손, 헌신, 사랑을 통해 가능하다고 한다. 문장으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내 마음으로는 이해가 안된다.
그리고 유대, 겸손, 헌신, 사랑.. 나는 스스로를 겸손한 축에 속한다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내가 나 스스로에게 겸손한 축에 속한다며 자평한 그 순간이 오만함의 그 자체 아니었을까. 그때부터 세상과의 연결과 나의 인간 관계를 스스로 해치고 있었던게 아닐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