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Sanity Check은 내가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내 생각과 상태를 기록했던 짧은 메모들이다.
201X. 12. 03
4학년 1학기 였던가, 철학 수업에서 니체를 배웠다. 그 유명한 "신은 죽었다"를 처음으로 하나의 문장이 아니라 하나의 글로 앞뒤 문맥을 함께 읽었다. 이렇게, 내가 단순히 알고만 있었던 것을, 우연히 그 배경과 문맥을 이해하게 될 때의 순간은 급작스러우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하게한다.
아침 커피를 마시고 컵을 씻으며 든 생각인데, 새옹지마라는 것도 그렇구나 싶다.
할머니는 생사를 오가며 응급실에 실려갔고, 엄마는 암이랑 디스크로 수술실을 들락거렸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참 불쌍하다 생각했다.
평생 자기 삶이 없이 할머니 병수발만 한 엄마는 그 곁을 못떠난다. 할머니는 평생 바보같이 당하고만 사는 딸이라 타박하지만 엄마에게 의지한다. 나이먹고 아픈사람 둘이서 서로 밀어내지도 못한채 엉켜있는 모습같아서 안타까운 관계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 다시 돌아보면, 그때는 최악의 순간 같았지만 오히려 상황이 풀렸다.
할머니는 병원에서 고비를 넘기고 안정되었고, 평소 얼굴 보기 어려웠던 아들내외랑 자식들, 손주들, 지인들 방문을 매주 받는다. 경사도 겹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찾아온다. 건강도 많이 회복됐다.
엄마는 인생의 고됨을 증명하는 아이콘 같았지만, 결국 불가항력으로 할머니와 멀어졌다. 엄마는 수십년 이어졌던 병수발에서 한 발짝 물러나 여유가 생겼다.
물론 새옹지마라는 말을 되새겨 보면 지금이 마냥 좋은건 아닐 수 있다.
단지 상황이 무조건 나쁘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는 것, 최악이라 생각했던 상황도 되짚어보니 역설적으로 점차 나아지고 있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
안좋은 일이 닥칠 가능성엔 대비해야 하겠지만, 내 느낌과 생각과는 다르게 모든 상황이 최악으로만 흘러가진 않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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