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요일

사람을 안다는 것(HOW TO KNOW A PERSON)

서로를 깊이 알면 우리의 세계는 어떻게 넓어지는가

 

사람을 안다는 것,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24


교보문고에서 점심 산책을 하다가 마주친 책. 읽어보니 나의 과거와 현재 상태를 극명하게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한때는 내겐 절대 불가능한, 죽는날 까지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가 타인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그때의 나에겐 가족, 친구를 다 떠나서 타인은 스트레스,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원천일 뿐이었다. 스트레스가 심했던 때엔 명절 연휴에 집에라도 잠깐 반나절 다녀오면, 온몸에 근육통이 오며 그 후로 이틀을 몸살로 앓아누워야 했다.

마주하는 일이 어려웠던 만큼, 대화는 더 어려운 일이 됐다.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대화 내용을 놓치지 않기위해 기를 써가며 집중해야 했고,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냐, 왜 화가 나 있냐며 오해하기 일쑤였다. 과부하로 대화 내용을 놓치거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벙어리처럼 아무 반응도 못하고 굳어있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결국 사람을 피해 도망쳐 모든 연락을 끊고 주위에 벽을 쌓았다. 고립되어 혼자 있는 시간이 오히려 마음이 편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는 자연도태 되어서, 어떤 방법인지는 몰라도 결국 죽어없어질 거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이 후 수년에 걸친 많은 상담과 약물치료 등으로 상태가 많이 변했다. 이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관심의 대상이고, 지금은 사람을 알고 싶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 순간에 함께 존재하고 싶다.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은 미뤄두고 조건없이 따뜻하게 바라보는 존재가 되어주고 싶다. 실질적으로 내가 줄 수 있는건 없다해도, 곁에있는 이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하고 바란다. 그 사람이 보는 세상을, 그 관점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다.

물론, 이러한 내 바람들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리란 것 또한 초연히 받아들일수 있길 바란다. 결국 그 사람과 멀어지거나 스치는 짧은 인연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그의 안녕을 빌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사람이 선택한 삶의 방향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책속 문장

  • 누구나 타인이 사랑과 존중의 마음을 담아서 자기 얼굴을 바라봐주기를,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기를 갈망한다.
  • 이 모든 다양한 기술은 단 하나의 기본을 바탕으로 한다. ⋯ 중략 ⋯ 다른 사람이 지금 겪고 있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 중략 ⋯ 누군가를 정확하게 앎으로써 그 사람이 자신을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
  • 관심의 빛이 누군가를 비출 때 비로소 그 사람은 꽃을 활짝 피운다.
  • "회복력의 뿌리는 다른 사람이 자기를 이해해준다는 느낌 ⋯중략⋯ 애정이 넘치고 상냥하고 침착한 다른 사람의 마음에 자기가 자리한다는 느낌에서 찾아볼 수 있다."
  • 개개인은 모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롭다.
  • 사람은 강과 같다. 물은 늘 똑같다. 그러나 모든 강은 어떤 데서는 폭이 좁고 물살이 빠르다. 또 어떤 데서는 폭이 넓고 수면이 잔잔하다. 맑기도 하고 차갑기도 하고 진흙탕이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다. 사람도 똑같다.
  •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당신은 굳이 그 사람에게 현명한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이 겪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고 그 사람 곁에 있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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