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6일 목요일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레디 플레이어 원, 어니스트 클라인 지음, 전정순 옮김, 에이콘

 몇몇 신예스타를 탄생시키고 기존 배우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었던 응답하라 시리즈가 붐을 일으키며 유행을 휩쓸고 지나간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또 한번 응답하라1980 이라 불러도 될 만한 것이 나왔다. 어쩌면 응답하라1980의 서양버젼이 만들어진다면 게다가 스케일 크게 상상력을 듬뿍 더해 만들어진다면 그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옛날의 추억과 감수성 뿐만 아니라, 덕력이 넘친다. 덕의 냄새가 심각하게 풀풀 피어오른다. 게임, 음악, 영화 다방면에 심각할 정도의 덕후인 친구의 신나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던전앤드래곤이라 했을때 오락실 게임보다 룰 북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 게임이라 하면 LOL이나 Overwatch보다는 팩맨, 갤러그가 먼저 생각나는 사람, 2600Hz와 폰 프리킹이 뭔지 아는사람, WarGames와 Joshua라 하면 떠오르는게 있는 사람, 모뎀을 사용해본 사람, Back to the future의 드로리안과 호버보드에 마음을 뺏겨본 사람, 로드 브리티쉬를 아는 사람 등등 80년대 게임, 영화, 음악 등에 빠져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 있다. 바로 Ready Player One 이다.

 배경은 2044년의 디스토피아적 지구다. 앞으로 28년이나 남은, 강산이 두세번 바뀔 정도의 시간 차이가 있는 배경이지만, 미래의 느낌은 글쎄..다 싶을정도로 별로 강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어쩌면, 현실이 디스토피아의 느낌이 강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설정은 2044년의 미래지만,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미쳐있는 대상이 80년대의 문화라는 점에서 미래에 대한 신기함 보다는 익숙한 것에 대한 향수가 더 느껴진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80년대의 흔적들을 모두 다 알 수는 없겠지만(다 이해할 수 있다면 당신의 덕력에 박수.. 그 시절 물건너 문화를 그정도 접할 수 있었다는 재력혹은 능력에 한번 더 박수), 게임이나 영화, 음악, 만화 무엇이든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한가지 넘게 있을 것이다. 내가 알고있고 경험했던, 어린 나의 가슴을 벅차게 했던 대상이 글로 쓰여져 (게다가 영어가 한글로 번역되어) 내 손 안에서 나에게 다시 읽힌다는 감동은 말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다.

 물론, 소설의 구성면에서 엄청난 반전이나 서스펜스등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애초에 순수 덕후물(?)이라 생각하면 그런것은 기대를 안해도 충분히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가 독자에게 풀어놓은 선물보따리가 너무 커서, 그 안에 들어있는 선물들 구경하기에 바빠 그런것 까지는 필요가 없다 싶은 느낌이다. 책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선물이 되겠는데,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감독하여 영화화 된다는 얘기를 보면 또 어떤 즐길 거리가 만들어질지 더 기대된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등장인물이 상당히 적고 익숙한(해당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도 이해하기 쉬운) 내용들로 구성되어 속도감 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다. 마션의 기술적인 내용은 신기하고 머리좋다 정도의 끄덕임이었다면,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그래 그랬었지 라는 끄덕임이랄까. 소화가 잘 되는 책이다. 80년대에 추억을 가진 사람이나, 지나간 문화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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