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무기력이다
![]() |
문제는 무기력이다, 박경숙 지음, 와이즈베리 |
처음으로 다뤄보는 국내저자의 책이다. 책을 읽는 것에 있어서 국내 저자의 책은 대부분 잘 읽지 않는 경향이 있었는데 책의 제목(주제) 때문에 읽게된 책 중 하나이다.
저자와 비슷하게 스트레스로 작용할만한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결국에는 정신적으로 탈진했다고 말해도 될 만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는데 그때 서점을 서성이다 손에 잡힌 책이 이 책이었다. 그렇다고 인생을 바꾼 책이라거나 내 인생에 있어서의 터닝포인트를 만든책, 무인도에 꼭 가져가고 싶은 책 류로 꼽는 책은 절대 아니다. 우연하게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저자가 쓴 책을 보고 그랬구나 하고 읽고 넘어갈 수 있었던 정도의 책일 뿐이다.
저자는 무기력에 대한 개념과, 스스로 무기력 겪으면서 결국엔 견뎌낼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 스스로도 겪었던 것이지만, 단지 쉬고 싶고 게을러서 방안에서 아무것도 안하며 뒹굴뒹굴 하면서 먹고자고 하는 나태함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육안으로 봐서는 정상적으로 회사를 다니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퇴근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마음이 정지한 듯 싶게 무엇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을 뿐더러, 반대로 그 상태가 너무 싫고 스스로도 털어버리고 싶지만 뜻대로 무엇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태가 그것이라 말하면 조금은 비슷할까 싶다.
저자의 무기력 증세를 보면서, 동질감과 묘한 동료애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으나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나만 이런건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의 말 정도로 위안을 삼는 수준이랄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늘어놓지만, 결국 이러한 부류의 책의 내용을 결국 정리해 보자면, 자신의 상태를 인지(인정)하고, 자신의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신뢰하며, 자발성(자주성)을 되찾아 무엇이든 실패하더라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를 책으로 낸 것 같아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엮어서 읽어볼만한 주제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에서 독서의 가지를 뻗기에 좋은 책이다. 마음의 위안을 삼기 보다는, 저자가 참고한 문헌들의 주제를 따라가며 읽어보는편이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싶다.
어린시절의 애착관계 장애로 인한 무기력에서 애착(Attachment) 관련된 서적으로 가거나, 마틴 셀리그만의 통제 불가능성 및 예측 불가능한 고통에 의한 학습된 무기력(Helplessness)으로 뻗어가거나, 저자가 인간의 정신모형을 언급하기 위해 사용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넘어가서 읽는 등 엮어 볼 만한 책들이 많다. 국내저자의 책인 만큼, 참고문헌 목록이 한글 제목으로 넘쳐나니 그 중 골라서 읽어보는것도 괜찮다 싶다.
책속 문장
- 무기력한 상태에서는 사는 것이 아니고 살아내는 것이며 그냥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다.
- 살아낸다는 것은 니체가 인간 정신의 세 단계 중 '낙타'로 표현한 단계, 주인의 명령에 복종해 등에 짐을 잔뜩 싣고 사막을 횡단하다가 죽어가는 낙타의 삶과 같다.
- 자신이 직장과 일에 대해 영향력을 직접 행사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무기력에 빠진다는 것이다. 통제 불가능은 곧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 중독 전문가인 심리학자 브렌다는 "삶에는 오직 진화와 퇴보라는 두 가지 방향만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어떤 사람도 제자리에 서 있지 않다. 그들은 지위가 상승되든지 퇴보하든지 하는 나선형의 선상에 서 있다"라고 했다.
- 니체가 말한 대로 살아갈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다.
- 지금 무기력하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우선 이 두가지를 받아들이길 바란다. 하나는 자신이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는 포로 신세'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막 여행과 같은 지루한 여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막과 수용소는 뜨겁고도 차가운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무기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사막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고, 수용소의 교활한 간수를 넘어설 수 있는 차가운 '자기 극복'을 이루어내야만 한다.
- 우리는 인생에 대해 희망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결코 거두어서는 안 된다. 석방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 역시 품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함께 엮어 읽어볼만한 책
-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청아출판사
함께 볼만한 영상
저자의 북콘서트 영상이 존재한다.학습된 무기력으로 유명한 마틴 셀리그만 교수의 TED 강연도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