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배신(Toxic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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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배신(Toxic Food), 윌리엄 레이몽(William Reymond) 지음, 이희정 옮김, 랜덤하우스 |
굳이 '건강'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거나 찾아보려고 하지 않아도 가끔 접하게 되는 다큐멘터리나 책, 잡지등을 보다보면 누구나 '패스트푸드는 몸에 안좋다' 정도의 생각은 가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집밥'이라는 단어는 건강한 식습관을 내포하는 단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저자는 패스트푸드의 위험성 만큼이나 생각없이 만드는 집밥역시 절대 안전한 음식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밖에서 패스트푸드를 사먹지 않고, 집에서 직접 요리해서 먹는다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로 저자가 맹공을 가하는 것은 공장에서 찍어낸 음식이다. 재료들이 원산지로부터 공장, 마트를 거쳐 식탁에 오르기까지 기나긴 제조 및 유통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여기서 문제들이 발생한다. 제조과정에서 식재료 본연의 성분들이 파괴되어 제거되고, 임의로 화학적으로 만들어 넣은 몇개의 성분이 강조되어 건강식과 같은 가면을 쓰고 ('칼슘/비타민강화 무엇'과 같이), 유통기한을 늘리기위해 또한번 본연의 성분들을 제거/파괴하고, 없어진 맛을 만들어내거나 강화하기 위해/색깔을 진하고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첨가물을 주입하는 등의 가공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모든 과정을 겪고 나서는 아무리 건강한 식재료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도 우리의 입에 들어가는 것은 음식이 아닌 화학물질 범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는 마트에 가도 쉬이 손이가는 제품들이 없어진다. 밝은 조명을 받으며 진열되어있는 총천연색의 제품들을 보며 눈으로는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결국에 손에 집는것은 신선식품 코너의 야채나 과일정도가 된다. 크나큰 마트를 몇바퀴 둘러보아도 결국 살 수 있는것은 손에 꼽을 수 있다. 물론 마트를 벗어나서 무엇을 사 먹는다는건 생각하기도 힘들다. 가령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을것 같은 햄버거, 프렌치 프라이 조합이나, 튀김류는 생각할 수도 없다. 건강한 식생활을 하려고 하는 목표는 스스로도 이해하고 나름 자부심도 가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과거의 즐거운 식생활의 대부분을 걷어내고나서, 어찌보면 상대적으로 무미건조한 부분만 남은것은 의도치 않았던 '아는것의 부작용'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내가 먹는것이 곧 내 몸이 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걱정되지 않을 것들만 골라먹어도 그 안에서 나름의 즐거운 식생활이 가능하다. 서서히 과일의 종류가 눈에 들어올 것이고 채소의 씁쓸한 맛이나, 식감, 시원함등을 확인하게 된다. 신선식품 코너에 단순히 '풀' 종류만 있는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고, 가공하지 않은 자연식재료 본연의 모습이 보일 것이고, 컴퓨터로 만들어 인쇄한 제품들의 진하고 선명한 색이 아닌 자연에서 나온 알록달록하지만 자연스러운 색감들의 팔레트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00% 이러한 건강식으로만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끔 인스턴트라면이나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가공식품, 패스트푸드로의 외출(?) 정도는 본인이 만족하는 수준에서 즐기며 양쪽을 왔다갔다 하며 지내는것이 정신건강상으로는 더 낫지 않을까싶다.
책속 문장
- 조엘 드 로즈네는 더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지름길 중 하나는 "기업가들의 저항을 이겨내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 병의 진짜 원인은 바로 우리 식탁의 80%를 차지하는 가공식품이다.
- 비만의 원인으로 생활방식의 변화, 현대화된 사회, 늘어난 1인분의 양 등을 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지난 30년간 진행된 음식의 공업화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식탁에 오르는 음식으로 말미암아 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 정신과 의사인 다비드 세르방슈레베르 박사는 그의 저서 <항암Anticancer>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지난 5,000년의 역사 동안 모든 유서 깊은 전통 의학에서는 음식을 이용하여 병을 다스렸다.(중략) 기원전 500년경 히포크라테스는 '당신이 먹는 음식은 당신의 치료약이며, 당신의 치료약은 당신이 먹는 음식이다'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우리 밥상에 오르는 음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길잡이로 삼았던 히포크라테스의 또 다른 명언이 있다. "음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인간의 병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 식품의 영양분을 파괴해놓고 다시 영양성분을 강화한다는 말도 안 되는 쇼에 속지 말자. 포장지에 요란하게 적혀 있는 온갖 미사여구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영양성분을 아주 조금 첨가해놓고 크게 부풀려 떠드는 것뿐이며, 영양적인 면에서는 신선식품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약업계에서 개발하여 음식물에 첨가하는 합성 비타민이 채소나 과일에 함유된 천연 비타민과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건강에 이로운 음식을 먹어 인체 조직에 좋은 반응을 일으키려면 모든 영양소가 상호작용하여 잘 어우러져야 한다. 만들어낸 합성 비타민은 다른 영양소들과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선식품에 함유된 천연 비타민보다 당연히 효능일 떨어질수밖에 없다. (중략)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몸에 좋은 신선식품을 챙겨먹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 비만율의 급속한 증가는 가공식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시기, 특히 미국 시장에 액상과당이 대량 도입된 시기와 맞물린다.
- 대부분의 경우 암은 유전병이 아니다. (중략) 암 원인중 유전적 요인은 기껏해야 2~3%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중략)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미국인들의 몸무게만 급격히 늘어난 것이 아니라 암 발병률 역시 급상승했다. (중략) 특별히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선진국이 미국의 뒤를 따르고 있다. (중략) 숫자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80%의 암은 피할 수 있으며, 암이 이토록 많은 환자와 사망자를 발생시킨 적은 지금껏 없었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암의 증가는 비만 유행병의 증가와 정확히 일치한다.
- 거대 식품회사들은 이런 있으나 마나 한 장애물마저 피해갈 방법을 찾아냈다. 우선 프랑스에서는 계산의 오류와 오차의 범위를 내세워 공식적으로 1회 섭취량당 트랜스지방 함유량이 3% 미만이면 '트랜스지방 0' 표시를 할 수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제품 100g당 0.2g미만, 미국에서는 0.5g미만임-옮긴이). 게다가 1회 섭취량이라는 기준도 모호하기 그지 없다. 1회 섭취량은 식품회사에서 마음대로 정한 것으로, 1회 섭취량이 실제 1인분 양의 3분의 1일 수도 있다.
- 감자처럼 전분과 당분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을 고열에서 조리할 경우 아크릴아미드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포테이토칩과 감자튀김, 크래커 종류의 과자, 비스킷과 달콤한 빵이 아크릴아미드를 함유한 식품 목록의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옥수수로 만든 아침식사용 시리얼과 칩의 위험성은 중간 정도이고, 끓여서 조리한 식품과 육류는 튀겨도 아크릴아미드가 발생할 위험이 그리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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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식탁, 한스 울리히 그림 지음, 이수영 옮김, 율리시즈
- 무엇을 먹을 것인가, 콜린 캠벨 지음, 유자화 옮김, 열린과학
- 우유의 역습, 티에리 수카르 지음, 김성희 옮김,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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